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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복싱 입문, 복싱 첫 시작

2023년 7월 17일 복싱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네이버에 "복싱장"을 검색해

집 앞 가장 가까운 복싱체육관을 찾아갔습니다.

" 저.. 등록하러 왔습니다.."

" 네! 알아보고 오시거나 궁금하신 거 있으세요? "

" 아니요.. 그냥 바로 등록할게요.."

" 네? 가격도 안궁금하신가요..? ㅎㅎ; "

" 아;.. 네.. 가격.. 얼마죠.."

1개월 13만원, 3개월 36만 원

이지핸드랩과 글러브 각 1만 원, 3만 원

몸뚱이만 들고 가서 40만 원을 내고 바로 복싱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무작정 복싱을 시작하려 했던 것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언제부턴가 사람이 무서워지기 시작해서입니다.

첫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사람들과 부딪혀야 하는 일이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그에 더해 엄격한 직장상사를 만나, 잦은 호통에 신경이 예민해지고 불안감도 커졌습니다.

사소한 일에도 심장이 마구 뛰어 굉장히 의기소침한 사람이 되었고 목소리마저 남에게 들리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작아졌습니다.

심지어 크게 내보려 해도 신기할 정도로 먹먹하고 어눌하여 내가 봐도 내가 이상하게 보이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하루의 절반을 직장에 머무르다 보니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받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보고도 기가죽고 눈치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이야기하고

누구를 대하든 긴장되고 사람을 만나는 장소에 가게 되면 심장이 떨렸습니다.

 

과거 같은 증세를 군대에서도 잠시 보인 적이 있었습니다.

한창 군부조리를 잡아내는 시기 동기생활관으로 변경되는 과도기에 저는 군생활을 했었습니다.

입대할 때만 해도 1개월 차이 선임에게조차 깍듯이 대접하고 두려워했던 때와 달리

같은 생활관을 쓰는 사병은 모두 동기가 되는 동기생활관이 도입된 이후 모두가 언제 친구가 될지 모르는 이상한 사이가 된 것입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깍듯이 경례를 하던 후임은 하루아침에 '야야'거리는 친구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때부터 뭔가가 이상해졌습니다.

기존에는 후임들에게 깍듯한 대접을 받지만 편하게 행동하라며 다독여주었던 착한 선임이었지만,

이제는 나를 편하게 대하는 후임이었던 동기들이 너무나도 고까웠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어찌할 권리는 없던 제 속은 혼자서만 타들어가고 그들을 속으로 증오하며 두려워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때가 어찌 보면 저의 대인공포증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마인드를 컨트롤해보려고 하고 말과 행동을 똑바로 하려는 노력을 해봤지만

시도는 얼마 못 가 무너졌습니다.

연기는 얼마못가 탄로가 났고 언제 연기가 들킬까 두려움이 커졌으며 평생을 연기하듯 얼굴에 철판을 깔고 당당한 척, 자신 있는 척 살아갈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인터넷에서 격투기를 배워야 하는 이유에 대한 글을 보았습니다.

글의 내용은 격투기를 배우면서 사람에게 맞아보기도 하고 때려보기도 하면서 사람의 공격에 익숙해지고 나의 공격성도 키우면서 사람자체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시키고, 수련을 하면서 스스로가 강해졌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고, 최후의 최후로 갔을 때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는 카드를 갖고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입니다.

사람도 그저 동물일 뿐이라서. 그 근거 있는 무언가로 하여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기세, 기운, 아우라 같은 것을 본능적으로 캐치하여 좀 더 조심스러워지고, 글쓴이도 소심했지만 운동을 하면서 할 말은 하고 살 수 있는 정도의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복싱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약 한 달이 지난 지금 격투능력으로서는 배우기 전과 거의 다를 바 없다고 볼 수 있지만

계속해서 근거 있는 자신감을 만들어간다는 생각에 자존감도 올라가고

매일 땀 흘리는 운동으로 좀 더 활기찬 모습이 된 것의 영향도 도움이 되어

대인관계적인 측면에서 꽤나 효과적이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완전히 극복한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 점점 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강해질 것임에 확신하며 운동을 배우는 자체가 너무나도 즐겁습니다.

느낀 점

이렇게 재밌는 운동을 배우면서 느낀 점을 몇 가지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기존에 허리디스크와 오른쪽 어깨 회전근개 파열로 미미한 습관성 탈구까지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허리디스크는 오래 앉아있거나 허리를 많이 쓰는 일이 아니면 통증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수준까지 데드리프트로 재활을 했었고. 헬스를 하며 어깨근육으로 회전근개도 보완해 주는 듯하여 평소에는 탈구가 일어나지 않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그 정도면 만족하고 운동과 일상생활을 하며 살아왔는데 복싱을 시작하면서 두 가지에 큰 타격이 왔습니다.

다리부터 허리와 몸통 그리고 어깨의 회전을 이용하여 주먹에 힘을 싣는 복싱의 펀치는 제 모든 부상을 심각하게 악화시켰습니다.

허리와 어깨를 더 온전하게 만들지 못하면 복싱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오니

그동안 조금씩 통증이 있고 불편했지만 깊게 재활할 생각까지는 하지 않고 사소한 고통을 참아왔던 부상들을 더욱 깊게 고쳐나가야만 했습니다.

결국 기존에는 데드리프트로 허리를 더 이상 엇나가지 않게 붙잡아두었다면 굿모닝이라는 운동으로 복싱의 회전을 버틸 만큼 견고한 허리로 단련하게 되었고 어깨후면운동으로만 습관성 탈구를 잡아두었다면 회전근개 안전성운동까지 더해주어 마음 놓고 훅을 칠 수 있을 정도로 어깨를 단련시키게 되었습니다.

기존에는 평소에 통증은 크게 없지만 아무래도 허리와 어깨를 쓰는 일에는 조심스러웠다면

이제는 전혀 거리낌 없이 허리와 어깨를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복싱을 하면서 느낄 순 없는 부분이지만

제가 느낀 것은. 결핍이 있어야 발전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복싱이 아니었다면 허리와 어깨를 조심해야만 하고 사소한 통증을 참아내야 하는 스트레스를 평생 갖고 살았어야 했던 저를 복싱이라는 더 강한 부상의 위험이 놓인 상황으로 직면시키니 이를 더욱 개선하여 일반인보다 더 강한 허리와 어깨를 갖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입니다.